ETF를 고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한국 ETF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양대 축을 이루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B자산운용의 KBSTAR와 RISE, 신한자산운용의 SOL이 뒤를 잇는다. 상장된 ETF가 수백 개에 달하다 보니 선택지가 많아진 건 좋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장벽이 되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여럿이라 비교 기준을 모른다. 둘째, 환헤지, 레버리지, 커버드콜 같은 용어가 낯설다. 셋째,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붙는 세금 구조를 제대로 모른 채 투자를 시작한다. 이 세 가지를 짚고 넘어가면 ETF 투자의 절반은 끝난 셈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총보수다. 표면 보수만 보면 안 되고 지수사용료, 사무수탁보수까지 포함한 실질 비용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KODEX 200의 총보수는 연 0.15% 수준이고, 같은 KOSPI 200을 추종하는 TIGER 200은 0.05%로 더 저렴하다. 0.1% 차이가 작아 보여도 10년, 20년 적립식으로 모으면 수백만 원 차이로 벌어진다.
국내 상장 ETF 비교, 이 표면 충분하다
초보자가 자주 찾는 국내 상장 ETF 몇 가지를 정리했다. 레버리지나 인버스 같은 파생 상품은 제외하고,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기본형 위주다.
| ETF | 운용사 | 추적 지수 | 총보수 | 장점 | 유의점 |
|---|
| KODEX 200 | 삼성자산운용 | KOSPI 200 | 0.15% | 거래량 1위, 슬리피지 적음 | 보수는 TIGER 200보다 높음 |
| TIGER 200 | 미래에셋자산운용 | KOSPI 200 | 0.05% | 국내 대표 지수 중 저비용 | 유동성이 KODEX보다 다소 낮음 |
| TIGER 미국나스닥100 | 미래에셋자산운용 | 나스닥 100 | 0.1349% | 순자산 약 7.7조 원, 거래 활발 | 미국 증시 하락 시 손실도 큼 |
| ACE 미국S&P500 | 한국투자신탁운용 | S&P 500 | 0.0921% | 국내 S&P500 중 낮은 비용 | 환노출 상품, 환율 변동 반영 |
| KBSTAR 미국S&P500 | KB자산운용 | S&P 500 | 0.021% | 초저보수, 장기 적립에 유리 | 상장 이력이 짧은 편 |
| TIGER 배당성장 | 미래에셋자산운용 | 배당성장 지수 | 0.29% | 분기 배당, 안정적 현금흐름 | 시장 급락 시 배당 축소 가능성 |
같은 나스닥100을 추종하더라도 TIGER 미국나스닥100이 가장 먼저 상장한 원조 격이고, 나머지는 뒤이어 출시된 상품이 많다. 순자산 규모가 클수록 매매가 원활하고 거래 비용이 적게 든다. 처음 매수한다면 거래량이 많은 상품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장기 적립식으로 모을 계획이라면 보수 차이를 꼼꼼히 따져보자.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배당이다. KODEX 200은 분기별로 분배금을 지급하며, 배당 투자를 선호한다면 TIGER 배당성장 같은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다만 배당 ETF는 시장이 흔들릴 때 주가 낙폭이 큰 편이라, 배당 수익률만 보고 덜컥 사는 건 위험하다.
세금, 계좌 선택이 수익을 좌우한다
ETF 투자에서 가장 크게 간과되는 부분이 세금이다. 국내 상장 ETF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과 분배금에는 배당소득세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가 부과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최고 49.5%까지 세율이 올라갈 수 있다. 반면 미국에 직접 상장된 ETF는 양도소득세 22%에 연 250만 원 기본공제가 적용되고, 분리과세라 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절세의 핵심은 계좌 선택에 있다. ISA 계좌에서는 국내 상장 ETF 매매로 발생한 순이익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분은 9.9%로 분리과세된다. 연금저축계좌나 IRP에서 ETF에 투자하면 세금을 납입 시점이 아닌 연금 수령 시점으로 미룰 수 있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3~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단, 미국 상장 ETF는 연금계좌에서 매수할 수 없으므로 국내 상장 해외 ETF를 활용해야 한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의 사례를 보자. 박 씨는 ISA 계좌를 개설한 뒤 매달 KODEX 2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에 각각 일정 금액을 적립식으로 넣고 있다. 연간 수익이 200만 원을 넘지 않는 구간에서는 세금 부담 없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부산에 사는 배당 투자자 이 모 씨는 연금저축계좌에 TIGER 배당성장을 담아 분배금을 재투자하고 있다. 연금 수령 시점까지 세금이 유예되니 배당금이 줄어드는 손실 없이 자산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월급쟁이도 따라 하는 ETF 매수 5단계
ETF 매수는 주식 거래와 거의 같다. 첫 단계는 증권사 계좌 개설이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 어디든 비대면으로 신분증과 본인 명의 통장만 있으면 하루 안에 개설된다. 계좌를 만들 때 ISA 계좌를 함께 개설해 두면 나중에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투자금 입금이다. 증권사 전용 계좌번호로 송금하면 잔고가 바로 반영된다. 세 번째, 앱의 ETF 검색 메뉴에서 원하는 상품을 찾는다. ETF명, 운용사, 구성 종목, 최근 수익률, 추적 지수를 확인하고 총보수까지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자. 네 번째는 매수 주문이다. 시장가로 즉시 체결하거나, 원하는 가격을 지정해 놓고 기다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유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여기서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하나 있다. 수익이 났을 때 바로 팔아치우는 것이다. ETF는 개별 종목과 달리 지수 전체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 보유에 적합하다.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넣는 적립식 투자가 변동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첫 ETF
투자 성향에 따라 첫 ETF 추천도 달라진다. 안정적인 장기 성장을 원한다면 KOSPI 200이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무난하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성장에 베팅하고 싶다면 나스닥100 ETF가 적합하다. 매달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배당 ETF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처음부터 큰 금액을 넣기보다는 소액으로 시작해서 시장의 움직임을 몸으로 익히는 게 낫다.
서울과 수도권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증권사에서 열리는 ETF 입문 세미나에 참석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네이버 카페나 유튜브에도 초보자용 콘텐츠가 많지만, 정보의 질이 제각각이므로 최소 두세 개 채널을 교차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지방에 거주한다면 온라인 개설이 가능한 증권사를 이용하면 오프라인 방문 없이도 전 과정이 가능하다.
ETF 투자는 복잡한 금융 지식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투자다. 계좌 하나 개설하고, 이 글에서 소개한 비교 기준을 머리에 넣은 뒤, 오늘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선택에 감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