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말해주는 현재
2026년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714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3,364명이 응시해 합격률은 50.95%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52.28%보다 1.3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합격선은 총점 889.11점으로 전년 대비 9점 이상 올랐다. 숫자만 보면 두 명 중 한 명이 합격하는 시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은 훨씬 복잡하다.
로스쿨을 갓 졸업하고 처음 응시한 이들의 합격률은 70.04%로 집계됐다. 2025년 74.78%에서 상당 폭 떨어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쌓여 가는 '오탈자', 즉 응시 기회를 모두 소진한 이들의 존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26년 4월 성명을 통해 변호사 1인당 인구수가 1,357명으로 이미 OECD 평균을 초과했음에도 연간 1,7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법률시장 규모가 146억 달러로 일본의 3분의 1 수준임을 고려하면, 배출 규모가 시장 크기에 비해 과도하다는 게 협회의 판단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변호사시험을 선발시험에서 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2026년 6월 공식 발표했다. 합격률이 50% 초반에 고착되면서 로스쿨 교육이 시험 대비 위주로 왜곡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이 3년 내내 시험 준비에 매몰되다 보니 실무 교육이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로스쿨별 합격률 격차와 선택의 중요성
모든 로스쿨이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2026년 발표된 제15회 시험 기준으로 서울대 로스쿨 합격률은 약 85.9%, 고려대는 약 72.6%, 연세대는 약 69.6%, 성균관대는 약 66.7%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비수도권 로스쿨의 합격률은 30% 미만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는 누적 합격자 2,120명으로 전국 25개 로스쿌 중 유일하게 2,000명을 넘겼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1,671명, 1,65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 격차는 단순히 입학 당시 학생들의 성적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위권 로스쿨일수록 변호사시험 대비 커리큘럼과 선배 네트워크, 스터디 문화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비수도권 로스쿨 재학생 중에는 학원 수강과 모의고사 응시로 이 격차를 메우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 로스쿨 선택은 곧 3년 후의 합격 확률과 직결된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은 연간 약 2,000명이며, 지원을 고려한다면 각 학교의 최근 3~4년 합격률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스쿨타임즈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웹사이트에서 회차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변호사 취업 시장과 진로 선택지
로펌 취업
대형 로펌으로 불리는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은 여전히 많은 로스쿨 졸업생의 목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권 로스쿨 출신이 주로 진출하며, 성적과 영어 능력, 인턴십 경험이 당락을 좌우한다. 채용 규모는 매년 다르지만, 시장 포화로 인해 대형 로펌의 신규 채용 문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중소형 로펌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지만 초임 수준은 로펌 규모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사내변호사
기업 법무팀으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대기업은 경력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 기업은 신규 변호사도 채용한다. 사내변호사는 로펌보다 업무 강도가 낮고 근무 시간이 규칙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연차가 쌓일수록 로펌과의 연봉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개인 사무소 개업
변호사시험 합격 후 곧바로 개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기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 부담이 있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꾸준한 사건 수임이 가능하다면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법률시장 과포화 상태에서 신규 개업 변호사가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공기관 및 기타
검사, 판사 등 법조 공직으로의 진출은 로스쿨 졸업 후 별도 임용 절차를 거친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법무 담당, 국회 입법 보조 등도 선택지다. 이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채용 인원이 제한적이다.
변호사 진로별 특징 비교
| 진로 구분 | 주요 진입 경로 | 장점 | 고려할 점 |
|---|
| 대형 로펌 | 상위권 로스쿨 졸업 + 인턴십 | 높은 연봉과 체계적 트레이닝 | 장시간 근무, 높은 경쟁 |
| 중소형 로펌 | 지역 로스쿨 출신도 진출 가능 | 빠른 실무 경험 습득 | 로펌 간 초임 편차 존재 |
| 사내변호사 | 경력 선호, 일부 신규 채용 | 규칙적 근무 시간 | 연차별 연봉 상승 폭 제한적 |
| 개인 사무소 | 시험 합격 후 즉시 개업 가능 | 자유로운 업무 운영 | 초기 고객 확보와 수입 안정화 과제 |
| 공공기관 | 별도 임용 및 채용 절차 | 안정적 고용 | 제한된 채용 인원 |
로스쿨 입학까지의 여정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학사 학위, LEET(법학적성시험) 점수, 학부 성적, 어학 성적,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필요하다. LEET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세 영역으로 구성되며 법률 지식이 아닌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한다. 시중에는 독학용 교재와 학원 강의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 수험생들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LEET에 집중하는 편이다.
로스쿨 등록금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학기당 수백만 원대로, 3년 전체로 보면 학비만 상당한 금액이 든다. 여기에 생활비와 시험 준비 비용을 더하면 재정 계획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일부 로스쿨은 성적 우수 장학금 제도를 운영 중이니, 지원 전 각 학교의 장학 제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TOPIK 6급 이상의 한국어 능력과 공인 영어 성적이 사실상 필수다. 법률 문서를 읽고 작성하는 능력은 기본이고, 수업 토론과 발표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문화 배경을 가진 지원자에 대한 로스쿨의 관심이 늘고 있어,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독특한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자세
법률 업계도 AI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부는 2026년 합격자 발표와 함께 인공지능 확산 등 환경 변화를 반영해 법조인 선발 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로펌에서는 문서 검토와 판례 분석에 AI 도구를 도입하고 있고, 향후 단순 자문 업무는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바뀌고 있다. 단순 암기와 반복 업무보다는 전략적 판단력, 협상력, 그리고 인간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법률 서비스의 본질이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에 기반한다는 사실이다. AI가 판례를 검색하고 문서를 초안해도, 의뢰인의 복잡한 사정을 듣고 최선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일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이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냉정한 정보 수집부터 시작하자. 로스쿨 입학 전에 변호사시험 합격률 추이, 진출 희망 분야의 채용 동향, 예상되는 재정 부담까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로스쿨 재학생이나 현직 변호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각 로스쿨이 주최하는 설명회 일정을 챙겨보길 권한다.
두 번째로, 로스쿨 입학 전에 자신의 적성을 점검해보자. 법조인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공부 실력이 아니다. 복잡한 사실관계 속에서 핵심을 짚어내는 통찰, 상대방의 말에 담긴 진심을 읽는 공감,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이 함께 요구된다. LEET 문제를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이 시험과 맞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로펌과 법원만이 무대가 아니다. 스타트업의 법률 자문, 국제기구 진출, 법률 콘텐츠 크리에이터, 공익법률 활동까지, 법학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해서 길이 막힌 건 아니다. 다만 남들과 같은 길을 걸으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게 현재 한국 변호사 시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솔직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