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 왜 한국에서 특히 주목받나
코스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상위권에 TIGER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이미 수백 개를 넘어섰고, 미국 주식과 채권, 원자재, 반도체, 배당주까지 다루는 상품이 해마다 늘고 있다. '서학개미'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ETF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분산 투자가 쉽다는 점이 첫 번째다. S&P500 ETF 한 개만 사도 미국 대표 기업 500곳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 두 번째는 실시간 매매다. 펀드처럼 환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주식과 똑같이 주문이 체결된다. 마지막으로 운용보수가 펀드보다 현저히 낮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연 1% 안팎의 보수를 떼는 동안 ETF는 연 0.03%에서 0.3% 수준에 그친다.
다만 ETF라고 해서 전부 같은 상품은 아니다. 국내 주식형,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 미국에 직접 상장된 ETF는 세금과 거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수익률을 내고도 손에 쥐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ETF 세금, 상장 위치와 담긴 자산이 기준이다
ETF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ETF는 주식이니까 세금도 같겠지"라는 것이다. 실제 과세는 ETF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산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담은 게 국내 주식인지, 해외 주식인지, 채권인지에 따라 세금이 완전히 달라진다.
| 구분 | 매매차익 | 분배금 | 거래세 |
|---|
| 국내 주식형 ETF (KODEX 200 등) | 비과세 | 15.4% | 면제 |
| 국내 상장 해외 ETF (TIGER 미국S&P500 등) | 15.4% | 15.4% | 면제 |
| 미국 직접 상장 ETF (VOO 등) | 연 250만원 공제 후 22% | 미국 15% 원천징수 | 없음 |
| 채권 ETF | 15.4% | 15.4% | 면제 |
이 표에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국내 주식형 ETF는 매매로 얻은 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반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매매차익에 15.4%가 부과되고, 미국에 직접 상장된 ETF는 연 250만원 기본공제를 제외한 수익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붙는다.
그렇다고 미국 ETF가 무조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운용보수가 더 낮고 상품 선택지가 훨씬 넓다. 대표적인 S&P500 추종 ETF인 VOO의 운용보수는 연 0.03%로, 국내 상장 해외 ETF(0.05~0.3%)보다 저렴하다. 장기 보유가 목표라면 미국 ETF의 매력이 분명히 크다. 반대로 단기 매매가 잦은 투자자라면 매매차익이 비과세인 국내 ETF가 유리하다. 투자 기간과 스타일에 따라 갈릴 문제다.
세금 부담을 줄이는 더 확실한 방법은 ISA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다. ISA는 한 계좌 안에서 예금과 펀드, ETF를 함께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는 절세 통장이다. 계좌 안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이익만 과세하고, 일반형 기준 200만원(서민형과 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초과분은 9.9% 저율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납입한도는 2000만원, 5년간 최대 1억원이다. 다만 ISA와 연금저축, IRP에서는 국내 상장 ETF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초보자를 위한 ETF 고르는 법
ETF 투자 첫걸음은 상품 고르기다. 시중에는 수백 개의 ETF가 있지만, 초보자라면 네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추적 지수부터 본다. ETF가 무엇을 따라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 대표 대형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S&P500을, 기술주 성장에 베팅하고 싶다면 나스닥100을 고르면 된다. 국내 시장에 투자하려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품이 기본이다. 운용보수를 확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장기 투자일수록 보수 차이가 복리처럼 쌓이므로, 같은 지수를 추종해도 보수가 낮은 상품이 결국 더 나은 수익을 남긴다. 거래량도 본다. 하루 거래대금이 많은 상품일수록 사고팔 때 유리하다. 거래량이 적은 ETF는 호가가 벌어져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배금 정책을 확인한다. 배당 대신 성장을 택할지, 매달 현금흐름을 원할지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최근엔 매주 분배금을 주는 커버드콜 ETF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보자에게 잘 맞는 상품 몇 가지를 비교해 봤다.
| ETF | 추적 지수 | 운용보수 | 분배금 | 이런 투자자에게 |
|---|
| TIGER 미국S&P500 | S&P500 | 낮은 편 | 연 1회 | 미국 대형주 분산이 목표인 초보자 |
| KODEX 미국나스닥100 | 나스닥100 | 낮은 편 | 연 1회 | 기술주 성장에 관심 있는 분 |
| KODEX 200 | 코스피200 | 매우 낮음 | 연 2회 | 국내 대형주 중심으로 짜는 분 |
| KODEX 200 타겟위클리커버드콜 | 코스피200 + 커버드콜 전략 | 보통 수준 | 매주 | 짧은 주기로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은 분 |
40대 가장 박정희 씨는 ISA 계좌를 통해 TIGER 미국S&P500에 매달 5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처음엔 해외 주식이 어려워 보였는데, 국내 앱에서 원화로 매수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간단했다"며 "매달 자동으로 매수되니 시점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 매수까지, 계좌 개설부터 적립식 설정까지
ETF 투자는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증권사 앱을 하나 고른다. 키움,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등 주요 증권사는 모두 비대면 계좌 개설을 지원한다. 앱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선택하고, 본인 인증과 신분증 촬영, 1원 송금 확인까지 마치면 하루 안에 계좌가 열린다. 이때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펀드를 한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합매매계좌를 선택하는 게 좋다.
계좌가 열리면 ETF를 검색해 매수하면 된다. 초보자라면 한 번에 큰 금액을 넣기보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 매수하는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 정해진 날짜에 자동으로 매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타이밍을 재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달러코스트애버리징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초보자에게 가장 무난한 전략으로 꼽힌다.
투자 금액은 여유자금 범위에서 정한다.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제외한 돈으로 시작하고,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는 게 오래 가는 비결이다. 은퇴를 준비 중인 이성호 씨는 연금저축계좌로 국내 상장 월배당 ETF를 매달 사들이고 있다. "연금계좌에서는 세액공제도 받고, 분배금이 나올 때마다 자동 재투자되니 노후 준비와 투자를 한 번에 해결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해외 ETF를 직접 매수하면 환율 변동이 수익에 영향을 준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손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상장 해외 ETF를 이용하면 환전 없이 원화로 매매할 수 있어 이 부담이 줄어든다. 한 종목에 몰아넣지 말고 여러 ETF로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대형주 ETF에 국내 지수 ETF를 섞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특정 시장이 흔들려도 전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ETF 투자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꾸준히, 오래, 저비용으로 분산 투자하는 원칙을 지키는 게 전부다. ISA 계좌 하나 만들고, 매달 적립식으로 S&P500 ETF를 사들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초보자에게 충분한 출발점이 된다. 첫 매수는 오늘 저녁, 스마트폰에서 가능하다.